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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성선설과 성악설이 말해주는 인간의 진짜 얼굴

필로소포 2026. 8. 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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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을 하다 보면 차선 변경을 할 때 양보해 준 차에 고맙다는 비상등 점멸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얌체처럼 끼어드는 운전자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또 직장이나 대인관계에서 정말 믿었던 사람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서글픈 의문이 떠오릅니다. "인간은 과연 본래 선한 존재일까, 아니면 이기적인 욕망만을 품은 존재일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사람은 기본적으로 착하다"는 말을 듣고 자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목격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이 따뜻한 믿음을 너무나 자주 배신합니다. 타인의 이기심에 상처받지 않고 내 마음의 중심을 잡으려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맹자의 성선설: 마음속 도덕적 씨앗과 현실의 한계

    맹자로 대표되는 성선설은 인간의 내면에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숭고한 마음의 씨앗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길을 가다가 우물에 빠지려는 어린아이를 보면 누구나 아무런 조건 없이 놀라고 불쌍한 마음이 드는 것처럼, 선함이야말로 인간의 본래 모습이라는 시각입니다.

    성선설은 우리에게 인간에 대한 따뜻한 희망을 품게 만들어 줍니다. 세상을 조금 더 이타적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와 명분을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선설에 너무 깊이 집착하다 보면, 현실에서 타인의 치사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마주했을 때 극심한 실망감과 자괴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나에게 저럴 수 있지?"라는 충격에 휩싸여 사람 자체를 미워하게 되거나, 내 안에서 요동치는 이기심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순자의 성악설: 욕망이라는 인간의 진짜 실체

    반면 순자가 주장한 성악설은 다소 냉정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해 줍니다. 순자가 말한 '악'은 사악한 범죄라기보다, 통제되지 않는 이기적 본능과 배고프면 먹고 싶고 편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먼저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만약 이 본능을 아무런 제약 없이 방치하면 세상은 반드시 타인과의 충돌과 혼란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실제로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인터넷 공간이나 익명의 상황이 주어졌을 때, 배려보다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도덕성과 이타심은 내면에서 저절로 샘솟는 것이 아니라, 규칙과 예의, 그리고 후천적인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유지되는 소중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본성을 다스려 선함을 만들어가는 과정

    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면 얼마든지 선해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를 한자로 '화성 기위(化性起偽)'라고 부르는데, 타고난 이기적 본성을 변화시켜 다듬어 나간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행동은 타고나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안의 이기적인 마음을 누르고, 상대방의 기분을 한 번 더 생각하려는 주체적인 노력과 다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나에게 선의를 베풀었을 때,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타고난 성인군자여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기성을 누르고 나를 배려해 주기 위해 마음의 에너지를 썼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실망하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지혜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를 냉정하게 인정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포기나 비관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이라는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관계에서 오는 상처를 줄이기 위한 성숙한 마음가짐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섭섭하게 행동했을 때, 그것을 그 사람만의 기괴한 배신으로 보기보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 본성의 드러남'으로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과도한 도덕적 환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우리는 모두 이기적인 본능을 안고 태어나지만, 매일의 삶 속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입니다. 남들의 이기심에 연연하며 실망하기보다, 오늘 하루 내 안의 이기심을 다스려 타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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