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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자꾸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딴짓을 하게 되더라고요. 침대에 누워서 "아, 나 왜 이렇게 게으르지?" 하며 스스로 한심해하던 차에, 정신 번쩍 들게 만드는 독한 영화가 있다는 추천을 받고 영화 <위플래쉬>를 내돈내산으로 결제해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음악 영화라고 해서 저는 처음에 감미로운 재즈 음악이 나오고 훈훈하게 성장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웬걸요,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음악 영화의 탈을 쓴 공포 스릴러이자 광기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온몸에 힘이 쫙 빠지고 심장이 쿵쾅거려서 한동안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내 안의 나태함과 게으름을 아주 사정없이 회쳐놓는, 지독하게 매운맛 영화입니다.

     

    위플래쉬 광고 포스터
    위플래쉬 광고 포스터

    영화 <위플래쉬>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첫 느낌

    이 영화는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고 싶어서 명문 음악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네이먼(마일즈 텔러)'이, 학생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기로 악명 높은 최고의 폭군 교수 '플레처(J.K. 시몬스)'의 밴드에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플레처 교수는 드럼 비트가 아주 쪼금만 틀려도 뺨을 때리고 의자를 집어던지며 부모님 욕까지 서슴지 않는 인간 말종 수준의 폭군인데요. 영화 초반부터 교수가 네이먼을 정신적으로 난도질하고 압박하는 장면이 숨 쉴 틈 없이 휘몰아쳐서 초반 몰입감이 진짜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왔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솔직한 첫인상은, 평소에 힐링이 되거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잔잔한 예술 영화를 기대하고 들어온 관객이라면 초반 30분 만에 멘탈이 바스러져 도망칠 수도 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드럼을 미친 듯이 두드리는 날카로운 타악기 소리와 소리 지르는 욕설이 귀를 찌르기 때문에, 귀가 예민하거나 자극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보기 힘들어하는 관람객분들이라면 중반부쯤 가서는 "영화가 왜 이렇게 가학적이고 보기 불편하지?" 하면서 리모컨을 꺼버릴 수도 있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의 시선과 스승(플레처)의 시선 비교하기: 진짜 소름 돋았던 광기의 입장 차이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고 감탄했던 부분은 바로 두 주연 인물의 완전히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닮아있는 '성공을 대하는 시선과 입장 차이'였습니다. 먼저 주인공인 네이먼의 시선은 오직 '최고가 되어 나를 무시한 세상에 본때를 보여주기'에 완전히 갇혀 있습니다. 네이먼은 처음에는 평범하게 드럼을 잘 치고 싶어 하는 학생이었지만, 플레처 교수의 가스라이팅과 압박을 받으면서 눈빛이 점점 괴물처럼 변해갑니다. 손가락 살점이 찢어져서 드럼 스틱에 피가 흥건하게 묻고, 그 피를 얼음물에 담가 가며 드럼을 치는 독기와 집착의 끝판왕을 보여줍니다. 여자친구를 사귀는 시간조차 드럼 연습에 방해가 된다며 가차 없이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내가 최고가 될 수 있다면 내 몸이 부서지든 인생이 망가지든 상관없다"라는 맹목적이고 삐뚤어진 존버 정신입니다.

    반면에 이 괴물을 키워낸 폭군 플레처 교수의 시선은 철저하게 '제2의 찰리 파커(재즈의 전설) 같은 천재를 내 손으로 창조하기'를 향해 있습니다. 플레처 교수의 세계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고 해로운 말은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다"라는 아주 혹독한 신념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수준에서 만족하려는 꼴을 못 보고, 제자들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모욕을 주고 절벽 끝으로 밀어버립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두 사람이 커다란 재즈 공연장 무대 위에서 서로를 파멸시키려는 듯 눈빛을 교환하며 미친 듯이 드럼 연주를 이끌어가는 명장면이 있는데요. 스승의 폭력적인 시선을 뛰어넘어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네이먼의 시선과, 자신이 원하던 완벽한 미치광이 천재를 드디어 탄생시켰다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짓는 플레처의 시선이 공중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맞부딪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결국 '성공과 완벽'이라는 하나의 미친 목표를 위해 서로를 하드캐리해 주는 두 사람의 복잡한 서사 구조는 소름을 넘어 경외감까지 들게 만들었습니다.

    찐 관객 입장에서 느낀 솔직한 아쉬운 점과 비판

    인터넷 블로그나 유튜브 리뷰를 보면 이 영화를 예술적인 명작이라며 무조건 찬양하는 글들이 가득하지만, 제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과 비판할 점도 명확히 존재했습니다. 바로 영화가 은연중에 "위대한 성공이나 예술을 위해서라면 인간성을 말살하는 폭력이나 학대도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다"라는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낸다고 한들, 현실 세계에서 저런 식으로 제자를 정신적으로 학대하고 자살로 내모는 스승은 그저 처벌받아야 마땅한 범죄자일 뿐입니다. 영화는 후반부의 전율 돋는 드럼 연주로 관객의 눈과 귀를 멀게 만들어 플레처 교수의 악랄한 폭력을 교묘하게 포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술적 성취가 인간의 존엄성보다 위에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윤리적인 질문에 대해 영화가 너무 무책임하게 결말을 맺은 것 같아서, 서사적인 면에서 조금 더 따끔한 비판적 시선이 들어갔어야 했다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웰메이드 작품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주연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과 숨 막히는 편집 기술이 영화 전체를 하드캐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플레처 교수를 연기한 J.K. 시몬스는 진짜 저런 악마 같은 교수가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소름 끼치는 싱크로율을 보여주었습니다. 드럼 비트의 속도에 맞춰 화면이 탁탁 전환되는 컷 편집과 온몸에 땀이 맺히는 디테일한 연출력은 음악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긴장감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스토리는 단순할지 몰라도 눈과 귀를 압도하는 영상미와 사운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던 훌륭한 영화입니다.

    내 맘대로 내리는 최종 총평과 추천 대상

    제 주관적인 최종 평점은 5점 만점에 4.3점입니다. 윤리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메시지라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하지만, 인물 간의 광기 어린 시선 대비와 심장을 때리는 드럼 사운드가 그 단점을 완벽하게 덮어버리는 흡입력 높은 영화입니다.

    요즘 삶에 동기부여가 전혀 안 돼서 강력한 정신적 스파이크를 맞고 싶으신 분들, 혹은 무언가 하나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심리 묘사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영화를 꼭 처방전으로 추천합니다. 단, 영화를 보고 나면 드럼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밤에 잠이 안 올 수도 있으니 주말 낮에 맑은 정신으로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나태함을 단숨에 팩폭해 버리는 최고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