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숏폼 영상을 보면 다들 엄청나게 화려하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만 빼고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부자가 되거나 성공한 것 같아서 "나도 저렇게 번지르르하게 나를 포장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괜히 주눅 들고 부러워지곤 하는데요. 세상이 아무리 나를 속이는 가짜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어도, 내 찌질한 모습 그대로를 당당하게 사랑할 때 진짜 축제가 시작된다는 엄청난 음악 영화가 있다는 추천을 받고 방구석 1열에서 내돈내산 결제해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신나는 댄스 음악만 몇 곡 나오고 끝나는 알맹이 없는 오락 영화일까 봐 큰 기대 없이 보았는데. 웬걸요, 기대이상 아주 대단한 착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귀가 짜릿해지면서도, 동시에 매일 남들 시선만 신경 쓰며 겉멋 가득 들어있던 제 민낯이 강제 소환되어 이불킥을 백 번은 하면서 봤습니다. 남들 눈치 보느라 번아웃이 온 현대인들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시원하게 패버리는 최고의 명작 뮤지컬 영화입니다.

     

    위대한 쇼맨 광고 포스터
    위대한 쇼맨 광고 포스터

    남들이 비웃는 꿈

    이 영화는 가난한 양복쟁이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무시당하며 살다가, 남들이 "기괴하고 이상하다"며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특이한 사람들(키가 아주 작은 사람, 온몸에 털이 난 여인, 거구의 사내 등)을 모아 세계 최고의 서커스 쇼를 만들어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쇼맨 'P.T. 바넘(휴 잭맨)'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바넘은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자, 세상의 편견에 맞서서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는 지독한 야망을 품게 되는데, 영화 초반부터 어두운 무대 뒤에서 발을 구르며 웅장한 오프닝 음악인 'The Greatest Show'가 흘러나오는 장면이 아주 스피디하고 스타일리시하게 펼쳐져 초반 몰입감이 진짜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왔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부로 갈수록, 바넘이 남들이 비웃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과연 저 화려한 쇼 뒤에 숨겨진 진짜 진실은 뭘까"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주류 사람들은 바넘이 세운 서커스를 두고 "싸구려 조잡한 가짜 쇼"라며 비아냥대고 언론에서도 혹평을 쏟아내더라고요. 남들의 날카로운 조롱 속에서도 "당신들이 비웃어도 내 꿈은 가치가 있다"라며 꿋꿋하게 버텨내는 바넘의 독기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나는 남들이 비웃을까 봐 무서워서 시작도 안 하고 포기해 버린 꿈이 얼마나 많았던가 싶어 심장이 쫄깃해지고 멘탈이 바스러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성공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 속에서 주인공 바넘의 시선은 오직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고 고급 상류사회에 당당히 입성해서, 내 어린 시절을 무시했던 귀족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기'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바넘은 이미 서커스 쇼가 대박이 나서 돈방석에 앉았는데도 전혀 만족하지 못합니다. 상류층 사람들에게 "진짜 품격 있는 예술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가짜 성공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유럽의 유명한 성악가인 '제니 린드'를 데려와 클래식 공연을 기획하고, 정작 자신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주었던 서커스 단원들이 고급 파티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그는 위선적인 행동까지 저지르고 맙니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던 가족과 동료들을 외면한 채, 가짜 박수갈채만 쫓아다니는 지독한 하드캐리 허세 강박증입니다.

    반면에 바넘이 버린 서커스 조연 단원들의 시선은 철저하게 '세상이 우리를 괴물이라 부르며 어두운 방구석에 가둬놓았을 때, 우리를 무대 위로 이끌어주고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가게 해 준 이 공간이 진짜 소중한 내 집이다'를 향해 있습니다. 수염 난 여인 '레티'를 비롯한 단원들의 세계관에서는 남들의 가식적인 평가보다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는 진짜 내 사람들의 의리가 훨씬 중요합니다.

    영화 중반부에 바넘에게 거부당한 단원들이 연회장 문을 박차고 나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이게 바로 나야!"라며 전설적인 명곡인 'This Is Me'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명장면이 있는데요. 가짜 품격을 쫓아 영혼까지 팔아버린 바넘의 얄팍한 시선과, 비록 세상의 눈엔 기괴해 보일지 몰라도 내 날것 그대로의 가치를 당당하게 외치는 조연들의 눈부신 시선이 화려한 불꽃 속에서 팽팽하게 맞부딪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지독한 입장 차이가 서사를 하드캐리하며, 진짜 성공과 행복은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품에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아주 입체적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영화 후반부에 과도한 욕망을 부리던 바넘이 결국 제니 린드와의 스캔들로 가정이 파탄 나고, 설상가상으로 서커스 극장까지 불타서 잿더미가 되어 텅 빈 술집에 혼자 주저앉아 눈물 콧물을 흘리는 전설적인 명장면이 나옵니다. 모든 것을 잃고 거지 신세가 된 바넘의 앞에 상처받았던 서커스 단원들이 찾아와 "우리는 당신이 사기꾼인 걸 알았지만, 그래도 당신 덕분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우리가 당신의 가족이 되어주겠다"라며 손을 내미는데요. 그 순간 바넘은 마침내 정신을 번쩍 차리고 "내가 진짜 쫓아야 했던 소중한 빛은 가짜 명예가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이었다"라며 뉘우치는 노래 'From Now On'을 부르며 가족의 품으로 달려갑니다.

    겉모습과 스펙만 따지며 사람들을 급 나누기 하던 세상 모든 귀족들의 추악한 시선을 비웃으며, 진짜 아름다움은 포장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당당하게 보여주는 데 달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서사 구조는 온몸에 소름이 돋다 못해 가슴이 터질 듯한 벅찬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가짜 성공의 가면을 집어던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진짜 축제가 무엇인지 완벽하게 증명해 낸 위대한 결말이었습니다.

    찐 관객 입장에서 느낀 솔직한 아쉬운 점과 비판

    전 세계 수많은 음악 영화 마니아들이 인생 최고의 눈과 귀가 즐거운 명작이라며 무조건 찬양하고 떼창을 부르는 글들이 가득하지만, 제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시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과 뼈 때리는 모순점도 명확히 존재했습니다. 바로 영화가 보여주는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도덕적 메시지가 너무나도 세련되고 유려해서, 막상 스마트폰을 쥐고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커다란 '판타지적 괴리감'과 위선을 준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영화 속에서 'This Is Me' 노래가 나올 때는 폭풍 눈물을 흘리며 "그래! 남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말고 내 못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자!"라며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하지만 막상 모니터를 끄고 현실로 돌아와 인스타그램에 내 사진을 올릴 때는, 행여나 내 단점이 보일까 무서워서 얼굴을 깎아내고 피부를 보정하는 필터를 무려 5개나 겹쳐 씌운 뒤에야 겨우 '업로드' 버튼을 누르는 게 솔직한 제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노래로 따라 부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려놓고, 정작 현실에서는 남들에게 완벽해 보이고 싶어서 가짜 포장지를 떡칠하는 제 찌질하고 모순된 행동이 떠올라 영화의 고결한 가르침이 순간 무겁고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현실의 외모 지상주의와 SNS 중독을 이기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네 모습 그대로 당당하라"는 영화의 전개가 너무 동화처럼 완벽하게만 포장된 것 같아, 서사적인 면에서 우리 실제 삶과의 거리를 좁혀주지 못했다는 2% 아쉬운 비판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내 맘대로 내리는 최종 총평과 추천 대상

    제 주관적인 최종 평점은 5점 만점에 4.6점입니다. 현실과 영화 사이의 씁쓸한 괴리감과 실제 역사 속 인물(바넘)의 악행을 너무 미화했다는 아주 사소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인물 간의 대조적인 시선 대비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역대급 음악의 가치를 이만큼 완벽한 시각적 축제로 풀어낸 뮤지컬 영화는 앞으로도 절대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맨날 똑같은 남들의 화려한 SNS 일상을 보느라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고 번아웃이 오신 분들, 혹은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 때문에 무기력증에 빠져 계시는 모든 청춘들에게 이 영화를 꼭 강력한 처방전으로 추천합니다. 단, 영화를 보고 나면 일주일 내내 출근길에 서커스 노래를 흥얼거리며 발을 구르게 되는 킹받는 과몰입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니, 월요일 아침에 마음 단단히 먹고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현대인들의 가식적인 겉멋을 유쾌하고 매섭게 후려치는 최고의 위로 음악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