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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제목부터 관심이 간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부부 동반 모임 자리였습니다. 분명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웃고 떠드는 자리였는데, 어느 순간 묘한 이질감이 들더라고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서너 대의 스마트폰 중 단 하나도 액정이 하늘을 향해 제대로 놓여 있는 게 없었습니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화면을 바닥으로 뒤집어놓거나,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있더군요. "나야 뭐 당당하니까"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곁에 앉은 배우자가 폰을 만지려 하면 슬쩍 몸을 돌려 방어벽을 치는 모순적인 공기.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믿으면서도 저 은밀한 블랙박스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길래 이토록 전전긍긍하는 걸까 싶었습니다. 그 서늘한 긴장감 속에서 문득 떠오른 작품이 바로 영화 <완벽한 타인>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잘 짜인 블랙코미디 소동극인 줄로만 알았는데, 인간관계의 쓴맛과 비밀의 무게를 체감하고 나서 혼자 다시 꺼내 보니 스크린 너머의 풍경이 소름 돋을 정도로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핸드폰을 왜 못 내려놓을까,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은밀한 비밀
영화는 오랜 고향 친구들과 그들의 아내들이 한자리에 모여 집들이 연회를 즐기는 평범한 저녁 식사 자리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제안으로 스릴 넘치는 게임이 시작되죠.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걸려오는 모든 전화, 문자, 이메일을 강제로 공유하는 게임입니다. "나는 숨길 거 전혀 없어"라며 큰소리치던 이들이 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 순간부터, 영화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로 돌변합니다.
강제로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친구들의 상상 초월하는 외도, 사기, 말 못 할 성 정체성, 그리고 서로를 향한 험담이 줄줄이 터져 나오는데, 그 파멸의 과정을 지켜보며 제 가슴도 덩달아 거세게 요동쳤습니다.
이 소동극을 보는데 문득 지금 우리 주변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영혼의 복사본과 다름없습니다. 가장 친밀하다는 부부 사이조차 "우린 비밀 없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휴대폰 비밀번호나 카카오톡 대화창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 게 당연한 상식이 된 세상이니까요.
줄거리 자체는 식탁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진행되지만, 폰 하나에 목숨을 걸고 전전긍긍하는 인물들의 씁쓸한 자화상은 겉으로는 완벽한 척 포장하며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위선을 날카롭게 끄집어냅니다.
솔직함이 정말 답일까, 내 부끄러운 침묵의 기억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비밀이 폭로된 인물들은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고, 뺨을 때리고 오열하며 식사 자리는 난장판이 됩니다. 거대한 진실 앞에 마주 선 이들의 처참한 붕괴를 보며, 송우석 변호사가 법정에서 핏대를 세우며 진실을 외치던 순간과는 전혀 다른 결의 묵직한 돌덩이가 제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과연 모든 것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솔직함만이 인간관계의 정답일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제 개인적인 부끄러운 기억 하나가 오버랩되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몇 년 전, 정말 친했던 친구가 제삼자에게 저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우연히 훔쳐보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굳이 알 필요 없었던 진심을 마주한 순간, 그 친구와의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결국 지금까지도 서먹한 사이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 차라리 그 대화를 보지 못했더라면, 혹은 모른 척 덮어두었더라면 우리의 관계가 깨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모든 진실을 들추어내는 것이 때로는 관계를 파괴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씁쓸한 사실을, 영화 속 파멸해 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뼈저리게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월식의 밤이 지나고, 우리가 쓰고 있는 완벽한 타인의 가면
영화는 지독한 파국을 보여준 뒤, 반전처럼 '만약 게임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평화로운 평행세계의 결말을 보여주며 마무리가 됩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의 비밀을 숨긴 채 다정하게 손을 잡고 집을 나서는 부부들의 뒷모습은 해피엔딩이라기보다는 소름 끼치는 호러에 가깝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그리고 배우자에게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의 삶'이라는 세 가지 인생을 산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영화는 묵직한 여운을 던집니다.
[내 맘대로 한 줄 평]
가장 가까운 사람을 순식간에 완벽한 타인으로 만들어버리는, 현대인의 손바닥 위 잔인한 거울.
우리는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앞에서 완벽하게 다정한 가면을 쓴 채, 한 손으로는 폰 화면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말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슬픈 윤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한 다짐을 해보게 되네요.
여러분은 만약 연인이나 배우자가 이 '핸드폰 공유 게임'을 제안한다면, 당당하게 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실 수 있나요? 아니면 어떤 핑계를 대고 도망치실 건가요? 댓글로 솔직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오늘 밤은 폰 속에 감춰둔 인간관계의 아슬아슬한 비밀 얘기로 밤새 수다나 떨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