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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매일 아침 쳇바퀴 돌듯 출근하고 퇴근하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온몸에 진이 다 빠지고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 제대로 찾아왔습니다. 내가 왜 살고 있나 싶고, 마음은 텅 빈 것 같은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차에,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줄 시원한 대리만족 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생 힐링 영화로 손꼽히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넷플릭스로 내돈내산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제목만 보고는 유치한 판타지 요정들이 나오거나 말도 안 되는 초능력을 부리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웬걸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방구석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며 멍하니 시작했다가, 영화 중반부터 펼쳐지는 압도적인 대자연의 풍경과 주인공의 눈물겨운 도전을 보며 제 가슴까지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고 나니 당장이라도 배낭 하나 메고 공항으로 뛰어가고 싶게 만드는, 찌든 일상에 날리는 통쾌한 한 방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의 현실이 된다>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첫 느낌

    이 영화는 '라이프(LIFE)'라는 유명 잡지사에서 16년 동안 매일 똑같이 필름 현상만 해온 평범한 직장인 '월터 미티(벤 스틸러)'가 주인공입니다. 월터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붙이고, 일상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멍하니 서서 엄청난 모험을 하는 상상(멍 때리기)을 하는 게 유일한 취미인 소심한 아저씨인데요. 잡지사가 폐간되면서 마지막 호의 표지가 될 중요한 25번 필름이 사라지는 대형 사고가 터집니다. 이 필름을 찾기 위해 월터는 평생 가본 적도 없는 미지의 세계로 숨어버린 괴짜 사진작가 '숀(숀 펜)'을 찾아 무작정 떠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초반에는 월터가 상상 속에서 회사 상사와 초능력으로 싸우는 유쾌한 장면들이 스피디하게 나와서 초반 흡입력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솔직한 첫인상은, 만약 초반의 화려하고 유치한 상상 액션 씬만 보고 코믹 액션 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중반부 이후부터는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중반부로 갈수록 개그 요소는 줄어들고, 주인공이 혼자서 묵묵히 산을 걷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잔잔한 여정 위주로 스토리가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쉴 새 없이 자극적인 사건이 터지는 범죄 오락 영화를 좋아하는 초보 관람객분들이라면, 중반부쯤 가서는 "주인공이 왜 저렇게 하염없이 걷기만 하지?" 하면서 살짝 지루해서 졸 수도 있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광고 포스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광고 포스터

    주인공의 시선과 조연(숀)의 시선 비교하기: 진짜 소름 돋았던 인생관의 입장 차이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소름이 돋고 가슴이 뭉클했던 부분은 바로 두 주연 인물의 완전히 상반된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입장 차이'였습니다. 먼저 주인공인 월터의 시선은 오직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버티며 머릿속으로만 상상하기'에 단단히 갇혀 있습니다. 월터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자기가 하고 싶었던 모험이나 도전을 다 포기한 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끔찍하게 무서워하고, 오직 머릿속으로만 '멋진 나'를 상상하며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숫자가 적힌 통장 잔고와 회사 규정에 매여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지독한 존버 모드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려움에 발을 동동 구르는 월터가 참 안쓰러우면서도, 현실의 벽에 막혀 도전은커녕 여행 한 번 맘 편히 못 가는 요즈음 우리 현대인들의 지질한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 격하게 감정이 이입되었습니다.

    반면에 월터가 목숨 걸고 찾아 헤매는 조연 숀의 시선은 철저하게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하기'를 향해 있습니다. 숀은 핸드폰도 없고 주소도 없이 세계의 오지(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를 누비며 살아가는 전설적인 사진작가입니다. 숀의 세계관에서는 눈앞에 멋진 눈표범이 나타나도 사진을 찍는 스위치를 누르는 것보다, 카메라 렌즈를 치우고 내 두 눈으로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웅장한 히말라야 산맥 꼭대기에서 두 사람이 마침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명장면이 나오는데요. 필름이라는 네모난 액자 속에 갇혀 살던 월터의 좁은 시선과, 전 세계의 대자연을 품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숀의 넓은 시선이 맑은 공기 속에서 아름답게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숀은 월터에게 특별한 정답을 말해주지 않지만, 그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눈빛을 보내며 "너는 이미 훌륭한 사진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워 줍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게 버텨온 월터의 시선을 숀이 알아채 주는 이 복잡하고 감동적인 서사 구조는 뭉클함을 넘어 눈물 콧물을 쏙 빼놓게 만들었습니다.

    찐 관객 입장에서 느낀 솔직한 아쉬운 점과 비판

    수많은 네티즌 리뷰나 평점 사이트를 보면 이 영화를 인생 최고의 힐링 명작이라며 무조건 찬양하는 글들이 가득하지만, 제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시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과 비판할 점도 명확히 존재했습니다. 바로 영화가 보여주는 일상 탈출의 과정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돈 많고 대책 없는 사람들의 판타지'처럼 보였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우리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회사 일 하다가 필름 하나 잃어버렸다고 해서 대책 없이 사표 던지듯 그린란드로 날아가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고, 화산을 피해 도망치며 전 세계를 여행하는 건 현실 세계에서는 파산 신청 각입니다. 영화는 주인공의 용기만 강조하느라 그 과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나 현실적인 직장 보복 같은 현실 문제를 교묘하게 낭만으로 포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돈과 시간의 여유가 없는 서민들도 과연 저런 용기를 쉽게 낼 수 있을까?" 하는 씁쓸한 질문에 대해 영화가 너무 동화적으로만 연출한 것 같아서, 후반부 결말 전개가 초반의 묵직한 회사원 공감대에 비해 힘이 빠지고 비현실적이라는 아쉬운 비판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웰메이드 작품인 이유는 가슴이 탁 트이는 역대급 영상미와 명곡들로 가득 찬 사운드트랙이 영화 전체를 하드캐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슬란드의 텅 빈 도로에서 주인공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장면은, 굳이 대사 없이 영상과 음악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하는 디테일한 연출력의 끝판왕이었습니다. 스토리는 판타지 같을지 몰라도 눈과 귀를 완벽하게 정화해 주는 연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던 훌륭한 시각 예술 영화입니다.

    내 맘대로 내리는 최종 총평과 추천 대상

    제 주관적인 최종 평점은 5점 만점에 4.4점입니다.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는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이라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하지만, 인물 간의 대조적인 시선 대비와 가슴을 뛰게 만드는 대자연의 스케일이 번아웃 상태를 완벽하게 치료해 주는 흡입력 높은 영화입니다.

    요즘 매일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삶에 지쳐서 "나 지금 잘 살고 있나?" 회의감이 들고 무기력증에 빠지신 분들, 혹은 새로운 도전을 앞에 두고 겁이 나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모든 청춘들에게 이 영화를 꼭 처방전으로 추천합니다. 단, 영화를 보고 나면 쥐꼬리만 한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현타가 올 수도 있으니, 퇴근 후 금요일 밤에 맥주 한 캔 장전해 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마음속 답답함을 단숨에 팩폭하고 용기를 채워주는 최고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