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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뉴스를 보면 취업난이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먹고살기 참 팍팍하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샀는데 대출 이자는 밀리고,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현실에 다들 지쳐가기 마련인데요. 인간의 가장 바닥에 있는 절박함과 찌질함을 거장 박찬욱 감독이 피비린내 나는 블랙코미디로 그렸다고 해서,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 제 돈 주고 직접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거장의 작품이라 너무 난해하고 예술적이기만 해서 머리가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웬걸요. 영화를 보는 내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친 서스펜스와 실소 터지는 잔혹한 코미디 때문에 이불킥을 넘어 의자 시트를 쥐어짜면서 봤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뼈를 맞다 못해 온몸이 바스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독하게 현실적이면서도 기괴한 영화입니다.

     

    어쩔수가없다 광고 포스터
    어쩔수가없다 광고 포스터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첫 느낌

    이 영화는 한 제지회사에서 25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날벼락처럼 해고를 당한 가장 '유만호(이병헌)'가 주인공입니다.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애지중지하는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재취업을 준비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는데요. 결국 유만호는 자신이 다시 취업하기 위해, 자기보다 스펙이 뛰어난 잠재적 재취업 경쟁자들을 찾아내 하나씩 영원히 제거하기로 결심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멀쩡하게 생긴 아저씨가 생계를 위해 살인마로 변해가는 과정이 아주 스피디하고 쫀쫀하게 펼쳐져 초반 몰입감이 진짜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왔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솔직한 첫인상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착한 놈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범죄 영화처럼 정의로운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는 통쾌함을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뒤통수를 세게 맞고 멘탈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피가 튀는 잔혹한 범죄 현장과, "나도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라며 구질구질하게 핑계를 대는 인간들의 밑바닥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훈훈하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나 깔끔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초보 관람객분들이라면, 중반부쯤 가서는 "아니, 주인공이 왜 저렇게까지 미쳐가는 거야?" 하면서 보기 불편해 팝콘을 내려놓을 수도 있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의 시선과 경쟁자들(조연)의 시선 비교하기: 진짜 소름 돋았던 입장 차이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고 감탄했던 부분은 바로 두 주연 인물의 완전히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똑같이 찌질한 '생존을 대하는 시선과 입장 차이'였습니다. 먼저 주인공인 유만호의 시선은 오직 '내 소중한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남들을 다 파멸시키기'에 완전히 갇혀 있습니다. 만호는 자신이 엄청난 악당이라서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살려면 쟤를 밟아야 해, 이건 어쩔 수 없는 전쟁이야"라며 자기 합리화를 대단하고 자신있게 말하는 찌질한 존버 모드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피를 묻히면서도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리는 만호가 참 한심하고 악랄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시기하고 경쟁해야 하는 오늘날 우리 현대인들의 절박한 생존 본능과 너무 닮아 있어서 격하게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반면에 만호의 레이더망에 걸려 타깃이 되는 고스펙 경쟁자들(조연 배우들)의 시선은 철저하게 '이 지옥 같은 취업 시장에서 어떻게든 실력을 증명하고 버텨내기'를 향해 있습니다. 그들 역시 유만호와 똑같이 누군가의 소중한 가장이자,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노동자들입니다. 만호가 그들을 감시하고 다가갈 때, 그 조연들은 만호가 자신을 해치러 온 괴물인 줄도 모르고 그저 똑같은 처지의 백수라며 따뜻하게 커피를 건네거나 취업 팁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만호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경쟁자와 좁은 공간에서 부딪히며 갈등이 폭발하는 명장면이 있는데요. 내 가족만 소중하다며 가시를 세운 만호의 이기적인 시선과,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벼랑 끝으로 밀려나 버린 조연의 억울한 시선이 피비린내 나는 서스펜스 속에서 잔인하게 맞부딪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발버둥 치지만 결국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소모품처럼 버려진 약자들의 복잡한 서사 구조는 슬픔을 넘어 기괴한 공포감까지 들게 만들었습니다.

    찐 관객 입장에서 느낀 솔직한 아쉬운 점과 비판

    수많은 평론가와 관객들이 "박찬욱 감독이 던지는 역대급 하이퍼리얼리즘 잔혹극"이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제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시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과 비판할 점도 명확히 존재했습니다. 바로 영화가 보여주는 살인의 과정과 블랙코미디적 연출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과장되고 연극 같은 판타지'처럼 보였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고 해서 대낮에 경쟁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연쇄 살인마처럼 행동하는 건 현실 세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영화는 자본주의의 비극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인공의 행동을 너무 극단적으로만 몰고 가다 보니, 중반부 이후부터는 현실적인 공감대보다는 "저게 말이 돼?" 하는 헛웃음이 먼저 나오게 만듭니다. 극단적인 설정을 위해 현실감을 조금 희생한 느낌이 들어서, 후반부 결말 전개가 초반의 묵직한 직장인 해고 아픔에 비해 지나치게 영화적 쾌감과 자극적인 연출에만 치중해 힘이 분산되었다는 아쉬운 비판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2026년 극장가를 뒤흔든 명작인 이유는 이병헌을 비롯한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과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세련된 미장센이 영화 전체를 하드캐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만호 역할을 맡은 이병헌은 평범하고 착한 아저씨가 눈이 뒤집혀 괴물로 변해가는 그 미세한 눈빛 연기를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피가 튀는 잔인한 순간에도 클래식 음악이 흐르거나 엉뚱한 유머가 튀어나오는 디테일한 연출력은 오직 박찬욱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의 경지였습니다. 스토리는 호불호가 갈릴지 몰라도 보는 내내 시각과 청각을 완벽하게 쥐어짜는 연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던 훌륭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내 맘대로 내리는 최종 총평과 추천 대상

    제 주관적인 최종 평점은 5점 만점에 4.2점입니다. 메시지가 너무 독하고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인물 간의 절박한 시선 대비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서스펜스가 그 아쉬움을 완벽하게 상쇄하는 흡입력 높은 영화입니다.

    요즘 직장 생활이나 치열한 경쟁 사회에 치여서 "남들은 다 잘 사는데 나만 왜 이러지?" 하고 세상에 대한 억하심정이 들거나, 매운맛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맛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영화를 꼭 처방전으로 추천합니다. 단, 영화를 보고 나면 내 주변 경쟁자들의 얼굴이 문득 무섭게 느껴지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니, 멘탈이 튼튼한 주말 저녁에 시원한 맥주 한 캔 장전해 두고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나태해진 정신을 단숨에 번쩍 깨워주는 최고의 잔혹 스릴러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