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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내 잘못이 아닌데도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밀려나 숨이 턱턱 막히는 날이 있습니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주머니 사정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이번 달 내야 할 카드 값과 고정비 고지서를 보며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게 우리네 쓸쓸한 현실이죠. 저 역시 지난달 믿었던 거래처에서 대금이 꼬이는 바람에 통장 잔고가 바닥을 치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당당하게 굴었지만 속으로는 피가 마르는 현타를 제대로 겪었습니다. 하루 종일 먼지만 가득한 현실에 치여 멘탈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우연히 노트북을 켜서 보게 된 작품이 바로 박영주 감독의 영화 <시민덕희>였습니다.

    처음 극장에 걸렸을 때는 그저 흔하디 흔한 아줌마의 통쾌한 사기꾼 소탕 극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내 돈 몇 푼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벼랑 끝에 선 약자의 서글픈 절박함을 온몸으로 겪어본 상태에서 혼자 조용히 다시 꺼내 보니, 스크린 속 풍경이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없는 서늘한 전율이 되어 제 가슴을 사정없이 후려쳤습니다. 영리하게 짜인 실화 바탕의 드라마 뒤에 숨겨진 진짜 인간의 탐욕과, 무능한 공권력 앞에 마주 선 약자들의 잔인한 현실에 대해 날 것 그대로의 솔직한 감정들을 털어놓아 볼까 합니다.

     

    시민덕희 광고 포스터
    시민덕희 광고 포스터

    보이스피싱 실화라는 잔인한 조작, 그리고 무능한 공권력 보며 피꺼솟할 뻔한 기 기가 빨리는 현실

    영화는 운영하던 세탁소에 불이 나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 평범한 소시민 덕희(라미란 배우)가 은행 대리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교묘한 사기 수법에 속아 전 재산인 수천만 원을 사기당하면서 본격적인 서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립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짜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킹받고 소름 돋았던 부분은, 아이들과 당장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 절박하게 주판알을 튕기던 약자의 심리를 이용해 서슴없이 영혼을 탈탈 털어간 사기꾼들의 악질적인 탐욕이었습니다.

    특히 전 재산을 날리고 절규하는 덕희를 대하는 경찰 수뇌부들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방관은 참 뒷목을 뻐근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원래 중국 조직이라 못 잡는다"라며 귀찮다는 듯 사건을 덮으려 하는 공권력의 나태함을 보는데, 솔직히 개빡쳐서 입 밖으로 욕이 터져 나올 뻔했습니다. 피해자를 오히려 조심성 없었다며 탓하는 그들의 교양 있는 척하는 위선은 기가 완전히 빨려 들게 만들었죠. 이거 완전 우리가 직장 생활이나 사회조직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절차가 그렇다", "어쩔 수 없다"라며 책임을 미루고 도망치는 윗선들의 매운맛 현실과 너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현타가 제대로 왔습니다. 영화 속 무능한 경찰의 모습은 시나리오 속 허구가 아니라, 거대한 불합리 앞에 홀로 내던져진 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지독하게 쓸쓸한 자화상이었습니다.

    험한 칭다오 소굴로 직접 걸어 들어간 약자들의 사투, 그리고 내 비겁했던 침묵의 순간들

    자신을 속인 보이스피싱 조직원 재민(공명 배우)으로부터 뜻밖의 구조 요청 제보 전화를 받고, 경찰도 안 움직이니 내가 직접 잡겠다며 세탁소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날아가는 덕희의 무모한 여정은 관객들에게 가슴이 웅장해지다 못해 소름 돋는 카타르시스를 선물합니다. 연기 구멍 1도 없는 대배우들의 미친 열연 덕분에 시간 순삭당하듯 극의 몰입감이 터졌는데요. 모두가 위험하다며 발을 뺄 때, 오직 내 소중한 밥그릇과 상식을 되찾기 위해 거대 범죄 조직의 심장부로 돌진하는 그녀의 처절한 눈빛을 보는데 제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파 왔습니다.

    그 당당한 신념 앞에 제 과거의 아주 찌질하고 부끄러운 흑역사가 오버랩되어 얼굴이 화끈거렸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직장에서 수뇌부들의 명백한 편법과 조작으로 인해 계약직 동료가 억울하게 독박을 쓰고 징계를 당하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 역시 "내가 나선다고 뭐가 바뀌겠어", "라인 잘못 탔다가 내 안위만 위태로워진다"라는 이기적인 공포와 사소한 안위를 핑계 삼아 철저하게 외면하고 비겁한 침묵을 선택했었습니다.

    내 통장 잔고와 안위만 지키느라 타인의 눈물을 모른 척했던 그날의 이기적인 방관이, 주먹 하나와 끈기 하나로 총칼을 든 빌런 총책(이무생 배우)에게 맞서던 덕희의 모습 앞에 사정없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는 거창한 도덕책을 늘어놓으며 정의롭게 살자고 훈계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이익과 두려움 뒤에 숨어 약자를 방관하고 도망치는 우리들의 뼈를 사정없이 때리다 못해 순살로 만들어 버립니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고, 마침내 받아낸 무죄의 도장 뒤에 감춰진 여운

    이 영화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마침내 보이스피싱 총책을 내 손으로 붙잡고 사이다 같은 응징을 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비웃던 경찰들 앞에서 당당하게 보상금을 받아내고 아이들의 손을 꼭 잡는 마지막 마침표의 순간입니다. 실화라는 든든한 현실의 장벽이 주는 감동이기에, 영화가 남긴 여운은 상영 시간 내내 숨이 막힐 만큼 길고 따뜻하게 감돕니다. 비록 실제 우리 현실에서는 여전히 사기꾼들이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우리를 개빡치게 만들고, 약자들은 구제받지 못하는 잔인한 디스토피아가 펼쳐지곤 하지만, 스크린 안에서만큼은 소시민의 상식과 인간에 대한 예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차가운 세상에 체해버린 우리들에게 너무나 정성스러운 연고를 발라줍니다. 인위적인 요약 기호를 모두 걷어내고 완벽한 스토리텔링 줄글로 이 감정의 궤적을 따라가니 여운이 훨씬 진하게 남는 것 같습니다.

    [내 맘대로 한 줄 평]
    무능한 공권력과 잔인한 사기꾼들이 짜놓은 조작의 무대 위에서, 오직 소시민의 정직한 끈기 하나로 세상의 뼈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통쾌한 실화 거울.

    우리는 내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여전히 피곤에 찌든 얼굴로 스마트폰을 보며 무기력하고 팍팍한 하루를 시작할지 모릅니다. 또다시 부당한 기득권의 논리 앞에 고개를 숙이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주 가끔은, 평범한 소시민의 용기가 모여 세상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엄중한 사실을 기억하며 오늘 밤만큼은 내 안의 찌질한 무기력감을 내려놓고 주변의 서툰 약자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음의 여유만큼은 품고 살아야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해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면서 덕희가 경찰서에서 나를 돕지 않는 형사들을 향해 피꺼솟하듯 호통을 치던 그 소름 끼치는 명장면에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관람 후기도 댓글로 나눠주세요. 오늘 밤은 폰 내려놓고 답답한 세상 물정과 우리들의 서툰 일상 얘기로 밤새도록 시원하게 수다나 제대로 떨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