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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말, 집안 대청소를 하다가 장롱 구석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CD 플레이어와 대학 시절 모았던 음악 CD 수십 장을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먼지를 털어내고 CD를 넣으려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정작 그 음악들을 들으려고 손을 뻗은 건 CD 플레이어가 아니라 제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입니다. 음원 스트리밍 앱을 열어 검색창에 노래 제목을 치니 1초도 안 돼서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순간 문득 묘한 쓸쓸함이 밀려왔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좋아하는 가수 앨범 한 장을 사려고 용돈을 아끼고, 음반 매장까지 먼 길을 찾아가 손에 쥐었을 때 그 묵직한 설렘이 있었습니다. 앨범 재킷을 열어 가사집을 넘겨보던 그 감각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매달 만 원 남짓의 구독료를 내고 세상 모든 음악에 '접속'하고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언제든 원하는 음악을 틀 수 있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예전만큼 그 음악이 내 것처럼 소중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우리 삶을 둘러보면 소유하는 것보다 빌려 쓰고 구독하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음악이나 영화 같은 디지털 콘텐츠는 기본이고, 이제는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 집에서 쓰는 정수기나 침대 매트리스, 심지어 매일 먹는 샐러드나 영양제까지 다달이 돈을 내고 이용합니다.
이런 '접속의 시대'가 가져다준 편리함은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납니다. 물건을 사느라 큰돈을 목돈으로 쓰지 않아도 되고, 고장 나면 교체해 주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까지 알아서 따라오니까요.
하지만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구독료 목록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내 손에 직접 쥐어지는 진짜 '내 것'은 하나도 없는데,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예전에는 한 사람이 어떤 책을 소유하고 있는지, 어떤 물건을 오래 곁에 두고 썼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삶의 궤적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손때 묻은 물건에는 그 사람만의 시간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구독하고 접속만 하는 삶에서는 물건과 나의 관계가 너무나 가벼워집니다. 필요 없어지면 언제든 구독 버튼 하나로 해지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물건을 아끼고 길들이는 과정이 사라지면서, 역설적으로 우리 마음의 깊이도 점점 얕아지는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알고리즘'입니다.
내가 직접 찾아보고 실패하며 겨우 찾아내던 취향의 자리를, 이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의 인공지능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라며 알아서 차려줍니다. 내가 원해서 선택했다고 믿었던 것들이 알고 보니 플랫폼이 짜놓은 판 위에서 건네받은 것들일 때가 많습니다. 내 취향마저 서비스 업체에 외주를 맡겨버린 셈입니다.
그렇다고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혼자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중요한 건 이 편리함을 똑똑하게 누리면서도,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는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요즘 실천하고 있는 소소한 생활 속 팁을 몇 가지 공유해 봅니다.
• 한 달에 딱 한 번, 진짜 '소유'하는 경험 만들기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1,000곡 듣는 것보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이나 음반 하나는 직접 내 돈으로 사서 내 책장에 꽂아두는 겁니다. 손으로 만져지는 실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의외로 힘이 큽니다.
• 나만의 '구독 다이어트' 주기적으로 하기
스마트폰 설정에 들어가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구독 서비스를 쭉 확인해 보세요. 쓰지도 않으면서 습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가 분명 한두 개는 있습니다. 불필요한 접속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내 시간과 생각을 지킬 수 있습니다.
•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지 않는 길 가보기
메인 화면에 뜨는 '실시간 인기 순위'나 '추천 영상'만 누르지 말고, 일부러 검색창에 내가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던 단어를 검색해 보세요. 남이 정해준 취향에서 벗어나 진짜 내 생각을 넓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모든 것이 손가락 끝에서 손쉽게 지나가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손가락을 멈추고,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편리함 속에 정작 '진짜 나'라는 알맹이는 빠져있는 게 아닌지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의 모든 데이터와 서비스에 24시간 접속할 수 있다고 해도, 내 내면이 텅 비어 있다면 그 편리함은 우리를 계속 허기지게 만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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