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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거울을 보다가 눈가에 제법 깊게 파인 주름을 발견했습니다. 아 이게 세월의 흔적인가 하는 생각에 잠시 지난 세월을 회상해 봅니다.
새치머리는 진작부터 몇 뿌리씩 올라왔지만, 눈가 주름은 유독 마음을 쿵 떨어뜨리더군요. 예전에는 피부과 시술이나 안티에이징 화장품 광고를 볼 때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눈길이 절로 가는 걸 보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문득 최근에 만난 동창과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만나자마자 "나이 드는 게 너무 무섭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직장에서의 입지도 아슬아슬해지며, 무엇보다 얼굴의 생기가 사라져 가는 게 괴롭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나이 듦을 두려워하고, 거울 속 주름을 마치 실패의 훈장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걸까요?
현대 사회는 '청춘'과 '젊음'을 지나치게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젊음은 생산성, 활력,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추앙받는 반면, 늙어감은 퇴화, 쇠퇴, 그리고 세상에서 뒤처지는 슬픈 과정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TV나 SNS를 틀어도 온통 '젊어 보이는 법', '세월을 비껴가는 관리법' 같은 이야기들뿐입니다.
하지만 인문학적 관점에서 늙어감(Aging)은 단순한 신체적 퇴화나 쇠퇴가 아닙니다. 그것은 와인이 오크통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며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듯, 한 인간이 '완성'이 아닌 '숙성'으로 나아가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숭고한 과정입니다.
청춘이 날것의 열정과 다듬어지지 않은 조급함의 시기라면, 노년은 삶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풍파를 견뎌낸 뒤 얻게 되는 통찰과 단단함의 시기입니다. 주름 하나하나에는 내가 흘린 눈물과 웃음, 그리고 누군가를 품어주었던 시간의 궤적이 훈장처럼 들어차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세월을 원망하지 않고,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제가 일상에서 느끼고 실천하려 애쓰는 세 가지 자세를 나눠봅니다.
• 젊음에 대한 미련 내려놓기
지나간 청춘을 억지로 잡으려 애쓰기보다, 지금 내 나이에서만 느껴지는 삶의 무게와 여유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20대의 피부를 가질 수는 없지만, 20대에는 절대 가질 수 없었던 깊은 안목과 배려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 매일 새로운 배움으로 마음 가꾸기
몸의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지만, 내면의 근육은 우리가 호기심을 잃지 않는 한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지 않고, 하루 30분씩이라도 새로운 책을 읽거나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두는 습관이 마음의 노화를 막아줍니다.
• 건강한 '관계의 다이어트' 시작하기
젊은 시절에는 남들의 시선과 인맥 넓히기에 연연했다면,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 진심인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관계는 가볍게 정리하고, 진짜 소중한 이들에게 마음을 쏟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이라는 긴 도화지에 나만의 색깔을 완성해 가는 과정입니다.
거울 속에 비친 주름을 훈장처럼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세월의 폭력에서 벗어나 삶의 참된 숙성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는 거울 속 내 모습을 자책하기보다, 여기까지 무사히 견뎌온 나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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