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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드시고 건강이 부쩍 악화된 부모님을 뵈며, 언젠가 한번은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요양원'입니다.
병원에서 "이제는 전문적인 간병이나 시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혹은 집에서 홀로 부모님을 돌보다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상담이라도 받아보려 시설 문을 두드리고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더없이 무겁고 서글퍼집니다.
차마 부모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마치 내가 부모님을 버리거나 버거운 짐처럼 치워버린 것 같은 깊은 죄책감이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부모님의 요양원 입소를 고민하는 순간 이토록 심한 배신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배워온 '효도'라는 마음의 틀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내 어린 시절 몸이 아플 때 밤을 새워가며 온몸으로 나를 지키고 키워주셨는데, 정작 부모님이 늙고 병드시자 내가 직접 품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긴다는 사실이 내 양심을 가혹하게 질책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자식이 부모를 집에서 모셔야 진짜 효도"라는 오래된 관념이 깊게 남아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설의 도움을 받는 선택을 내릴 때, 주변의 시선이나 내 마음속에서 "내가 부모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내 마음의 의지와 사랑만으로 모두 해결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치매나 중증 질환을 앓고 계신 부모님을 집에서 혼자 간병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혹독한 현실입니다. 24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간병에 매달리다 보면, 자식의 몸과 마음이 먼저 무너져 내립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에 대한 불쌍함과 사랑으로 시작했던 간병이, 시간이 흐를수록 육체적 피로와 정서적 고통으로 변하면서 부모님을 향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거나 원망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자식이 온전히 피폐해져 부모와 자식 관계 전체가 상처로 얼룩지게 되는 비극을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양원이나 전문 간병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결코 부모님을 포기하거나 배신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의료와 돌봄의 영역을 전문가의 손에 맡기고, 자식으로서 부모님에게 전해드릴 수 있는 따뜻한 사랑과 정서적 위로에 집중하겠다는 현명한 역할 분담일 뿐입니다.
내가 지쳐서 부모님에게 날 선 말을 던지는 것보다, 정돈된 전문 환경에서 부모님의 안전을 지켜드리며 찾아뵐 때마다 온전히 따뜻한 미소와 온기를 전해드리는 것이 서로에게 훨씬 더 지혜로운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며 괴롭히지 마세요. 당신은 부모님을 버린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최선의 고민 끝에 가장 안전한 길을 찾아주기 위해 고뇌한 것입니다. 부모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자식의 무모한 희생이 아니라, 내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삶을 지켜나가는 모습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